대한민국은 지금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.   국가 균형발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며, 정부의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은 국토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지방의 생존 지도를 다시 그릴 천재일우(千載一遇)의 기회다.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2차 공공기관 이전 방향을 보면 깊은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. 시·군별 균등 안배나 소멸 위기 지역 배려보다는, 기존 혁신도시 중심의 기능 집적과 기관 간 연계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. 이미 기반이 갖춰진 혁신도시 위주의 배분 방식이 되풀이된다면, 인구 감소가 극심한 비혁신도시와 소멸 위기 지자체는 생존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심각한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.  이번 2차 이전만큼은 과거의 한계를 반복하는 임갈굴정(臨渴掘井)식 대처가 아닌, 소멸 위기 지역에 공공기관을 우선 배치하는 정책적 대전환이 절실하다. 현재 부여군의 현실은 그야말로 풍전등화(風前燈火)다. 인구 5만 6천 명 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으며, 고령화율은 40%를 넘어서 초고령사회에 깊이 진입했다. 청년 유출과 지역 경제 침체가 맞물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지자체의 고사(枯死)는 시간문제다. 하지만 부여는 무작정 정부의 시혜만 바라는 도시가 아니다. 지역 고유 자산과 공공기관이 결합했을 때 확실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준비된 도시다. 첫째, 부여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를 품은 대한민국 대표 역사문화 거점이다. 사비백제의 숨결이 살아있는 현장에 문화재 보존·연구 전문기관이 입지할 때 온고지신(溫故知新)의 가치가 극대화되며, 비로소 현장 중심의 문화유산 정책이 완성될 수 있다. 둘째, 부여는 전국 최대 규모의 시설원예 인프라와 공동브랜드 ‘굿뜨래’를 갖춘 K-스마트팜의 본산이다. 부여의 첨단 농업 인프라와 농업 관련 공공기관이 결합한다면, 청년 농업인 유입과 첨단 기술 실증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일거양득(一擧兩得의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. 공공기관 2차 이전은 단순한 ‘물리적 이동’이나 기존 혁신도시의 `기능 강화`에 그쳐서는 안 된다. 절망에 빠진 소멸 위기 지역에 희망의 숨통을 트여주는 ‘생존의 문제’이자,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`시대적 과제`여야 한다. 부여를 비롯한 소멸 위기의 비혁신도시에 맞춤형 공공기관을 우선 배치해 자립의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야말로 절처봉생(絶處逢生), 즉 절망 끝에서 대한민국 지방시대의 새로운 활로를 찾는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. 정부가 이번 공공기관 2차 이전의 무게중심을 혁신도시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부여군과 같은 소멸 위기 지역에 두고, 국가 균형발전의 참된 이정표를 세워주길 강력히 촉구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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